작년은 당시에도 싫었고 지금 돌아봐도 싫다. 


 얼마 전에 윤정이를 만났는데 윤정이가 "너는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안 해?"라고 물어봤다. 나는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끔찍했던 건 아니지만 행복으로 가득한 시절도 아니었다. 다시 돌아가도 난 그 때와 똑같이 행동할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지금이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친구들이 "우리 그때 즐겁고 행복했지"라고 하면 항상 "응"이라고 한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너도 알지, 매일 그렇게 즐겁고 행복하지는 않았잖아. 몸은 고단하고 마음은 무거웠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가끔씩 스쳐가는 봄바람이었을 뿐 전체적으로 보면 유쾌하진 않은 시절이었지. 사막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먹는 기분이었어. 그래도 그 덕분에 내가 살았어.


 윤정이는 가끔씩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든지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그 때 놀던 거랑 지금 노는 것은 다르다고, 지금은 그 때처럼 사소하고 즐겁게, 편하게, 막, 놀 수가 없어서 그때가 그립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 이제 우리는 너무 세련되어졌지. 학교 근처 맥도날드에서는 해피밀을 사면 미니언즈 인형을 줬고 윤정이는 그걸 모아 자습실 책상 위에 진열해두었다. 자습실에서 미니언즈가 움직이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났어. 귀여웠다. 인형도, 그 때의 우리도. 그 얘기를 하니까 좀 그리워졌다. 


 작년은 정말 한 순간도 그리운 순간이 없다. 매일매일이 최악이었어. 아빠는 나중에 돌아보면 그 시절이 추억이 되고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지만 벌써 일 년이 지났고 난 여전히 끔찍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라고 다 추억이 되는 건 아닌가보다. 과거의 평가 기준은 현재인 것이었다. 올해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작년보다는 훨씬 낫다. 우리가 회상했던 재작년보다는 별로다. 지금이 마음은 더 편하지만 그때만큼 즐거운 순간은 많지 않다. 


 내년은 올해를 추억하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세녕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