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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선언

 먼슬리가 함께 있는 다이어리를 두 달 정도 열심히 썼다. 일정도 꼭꼭 쓰고 매달 할일도 다이어리에 적고 일기도 적었는데(주로 하루 일과를 적는 편이었다) 하루 밀린 게 며칠이 되고 몇 달이 됐다. 


 다이어리의 가장 큰 문제는 갖고 다니면서 수시로 확인하기가 너무 귀찮다는 것이었다. 다이어리를 굳이 갖고 다녔던 이유는 일정이랑 메모를 거기다 했기 때문인데, 차라리 휴대폰에 메모와 일정을 등록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엄청 맘에 드는 앱을 찾아서 잘 쓰고 있다). 다이어리는 갖고 다니기에 너무 크고 무겁고 불편했다. 적어둔 메모와 일정을 찾으려면 페이지를 촤라락 펴야 하고 말이다. 사소한 귀찮음이 얼마나 큰 불편을 초래하는지! 휴대폰은 늘 손 안에 있고, 일정과 메모를 수시로 확인하기도 편하다.


 그리고 일과를 쓰는 일기가 의무적으로 느껴지면서 점점 쓰기 싫어졌다. 헉 밀렸네 몰아서 써야지...하다가 밀린 게 네 달 치다. 그냥 일과를 기록하는 것에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솔직히 일과를 쓰는 건 재미없다. 사건의 나열에 불과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썼던 건 2월이다. 뒷장에 그냥 오늘의 일기를 썼다. 오늘은 나름 즐거운 하루를 보냈지만 오늘 있었던 일은 쓰지 않았다. 다시 생각을 썼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이 되었고, 마음을 다잡았고 반성도 했다. 글씨도 날려 썼다. 일과만 쓰던 일기장은 영수증 뭉치나 마찬가지였다. 이제서야 내 일기장은 영양가가 생겼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일기를 쓸 것이다. 내킬 때만, 솔직하게, 생각을 쓰기. 


 이제 먼슬리 위클리 있는 다이어리는 안 살 것이다. 받아도 안쓸거다. 프리노트에 일기만 쓸거야. 일정과 할일은 휴대폰에 기록할 거고, 유사시를 대비해 손바닥만한 작은 메모장은 있는 게 좋겠다. 작은 종잇조각과 펜 한 자루는 늘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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