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 인생에서 최고로 좋았던 나이를 물어본다면 망설임없이 12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14살 때 생일이 지나고나서 '이제 만으로 따져도 12살이 아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슬펐다. 내 한 부분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내 인생이 12살 때 정점을 찍고 13살부터 내리막을 걸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3살 때도 14살 생일이 지나기 전 까지도 만 나이를 세며 나는 아직 12살이라고 여기며 안심하곤 했던 것이다.


(19)

 고3 때 나는 절대로 재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스무 살'은 마법의 단어 같았다. 내 20살은 인생에서 가장 특별하게 새겨질 것이라고 믿었다. 


(20)

 20살은 특별하긴 했다. 특별히 우울했다. 재수를 했는데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도서관을 다녔다. 도서관 열람실은 10시에 문을 닫았다. 근처에는 모 고등학교가 있었고, 내가 도서관에서 나오면 야자가 끝난 고3들도 학교에서 쏟아져 나왔다. 슬펐다. 


20살 1학기 때까지만 해도 내가 20살인 걸 믿을 수 없었다. 19살 때는 20살이 되면 무언가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돼 보니까 똑같았다. 사실 난 17살 혹은 18살에서 더 자라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등학교 생활 중 가장 즐겁고 바빴던 때였다.) 그렇지만 어쨌든 10대니까, 19 살인 것 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20살이라니. 내 20살은 이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이게 스무 살이라니. 


 그래도 2학기가 되고 나서는 내가 20살인 것도 실감이 났고 더이상 야자끝나고 나오는 고등학생을 봐도 슬프지 않았다. 시궁창같긴 하지만 그래도 20살을 오래 기다려 왔으니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난 20살이었다. 


(21)

 나는 21살이 되었고, 아직 생일은 안 지나서 만으로는 19세이다. 1월 1일에 나는 갑자기 내 나이가 너무 많다고 느꼈다. 어른 같았다. 물론 나는 내가 아직 애송이고 어리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 나이가 나에게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 성인과 청소년의 경계에 있는 20살과는 달리, 21살은 성인의 영역에 완전히 두 발을 딛고 서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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