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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책 내용과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음악


17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같은 것이다. 그런데 '밑그림'같은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밑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초안,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데 비해,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156 배신. 우리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교사들은, 배신이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것이라고 누차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배신하는 것이 무슨 뜻일까? 배신한다는 것은 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배신이란 줄 바깥으로 나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B를 위해 A를 배신했는데, 다시 B를 배신한다 해서 이 배신이 A와의 화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187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며, 우리가 하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군중이 있다는 것,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215 이상한 것은, 우리들은 눈만 뜨면 상스러운 말을 내뱉지만, 존경 받는 유명인사가 말끝마다 시팔이라고 하는 것을 라디오에서 얼핏이라도 듣는다면 왠지 모르게 조금은 실망한다는 것이다.


226 오로지 가장 유치한 질문만이 진정 심각한 질문이다. 그것은 대답없는 질문이다. 대답 없는 질문이란 그 너머로 더 이상 길이 없은 하나의 바리케이드이다. 달리 말해보자. 대답 없는 질문들이란 바로, 인간 가능성의 한계를 표시하고 우리 존재에 경계선을 긋는 행위다. 


292 "현대에 와서 사상은 철회할 수 없고 그에 반박만 할 수 있지. 이 친구야, 사상을 철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야. 공포로 통치되는 사회에서는 어떤 선언이건 약속이 될 수 없어. 폭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쥐어짜 낸 선언일 테니까 제정신인 사람에게는 그런 걸 못 본 척, 못 들은 척할 의무가 있는 셈이지."


288 문제는 몰랐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결백한가에 있다. 권좌에 앉은 바보가, 단지 그가 바보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난 몰랐어! 그렇다고 믿었어." 라는 바로 그 말 속에 돌이킬 수 없는 그의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닐까?


483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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